유물로 본 범어사 호국역사
범어사 창건역사가 담긴 <범어사 창건사적>과 ‘범어사 석가여래 사리탑비’, ‘국청사 금정산성승장인’은 호국과 무슨 관련이 있을까? 6월 호국보훈의 달을 맞아 불교 호국 역사를 구체적으로 알아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린다.
범어사 성보박물관(관장 경선)은 특별전 ‘불법으로 국가를 수호하다-선승에서 승군으로’를 전시중이다. 전시는 호국사찰로 창건돼 그 정신을 이어온 범어사의 역사를 주제로 담고 있다. 범어사는 <범어사 창건사적>에도 기록돼 있듯이 왜구의 침략을 막기 위해 창건됐고, 그 정신을 지속적으로 이어오고 있다. 전국적으로 많은 승병들이 임진왜란에 활약하던 때 범어사 역시 승병으로 활약했으며, 이후 국청사와 해월사 승려들과 기간병역으로 배정돼 국가 수호를 위해 힘썼다.
이후에도 범어사의 호국사상은 끊이지 않았다. 민족 암흑기인 일제강점기에도 국채보상운동에 참여하고, 만세운동 및 대한승려연학독립선언을 주도했으며 독립운동자금을 지원했다. 또한 선학원, 명정학교, 지방학림 등 교육기관을 설립해 우수한 인재를 양성했다. 이들은 이후에도 호국불교 정신을 가지고 애국계몽운동에 적극 가담, 조국광복에 공헌했다.
이번 전시는 2019년 만세운동 100주년 기념 ‘범어사 3·1운동과 명정학교’ 특별기획전에 이어 열리는 특별전시이다. 범어사가 만세운동을 하게 된 배경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내용을 담고 있다.
전시에서는 △범어사의 호국창건 역사를 확인할 수 있는 <범어사 창건사적> 목판 △임진왜란 당시 승병장으로 활약한 ‘범어사 사명대사진영’ △승병을 통솔할 때 사용한 ‘국청사 금정산성승장인’(부산광역시 문화재 자료 제55호) △범어사의 승병활동을 보여주는 ‘범어사 금정산성 죽전마을 화살과 화살통’ 등을 만나볼 수 있다.
또한 ‘범어사 3·1운동과 명정학교’ 특별기획전을 잇는 범어사 만세운동과 관련한 새로운 유물도 선보인다. 유물은 △범어사 석가여래사리탑비 △안적사 지장시왕도 △범어사 경허스님 시판 등이다.
‘범어사 석가여래사리탑비’는 만해 한용운 스님이 백용성 스님 입적 후 탑비문과 찬(탑비내용)을 직접 썼으며, 범어사 만세운동의 주역 17명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1919년 3월에 제작된 <안적사 지장시왕도>(부산광역시 문화재자료 제29호)는 대표적 불모였던 완호당(玩虎堂) 낙현(洛現) 스님(1869~1933)의 작품이다. 금어(金魚, 불화 최고 경지)로 칭송 받은 완호 스님은 일제강점기 문화 말살 정책에도 굴하지 않고 전통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다. 완호 스님은 일제의 강요에도 불화의 화기(畵記)에 단 한 점도 일본 연호를 표기하지 않았다.
범어사 성보박물관에 따르면 “현재 범어사 설법전 위치는 완호 스님이 작품 활동을 한 불화소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불화소가 사라진 뒤 복천사로 완호 스님은 돌아가 작품 활동을 이어갔다”고 말했다. 또, 완호 스님이 불화 작품을 이어간 부산 영도 복천사는 항일독립운동가 양정욱의 은신처이자 독립운동의 전초기지라는 주장으로 주목을 받은 바 있다.
범어사 성보 박물관은 “올해는 완호 스님의 탄생 150주기를 맞는 해이며 스님의 작품으로 다채로운 호국 전통 문화를 시민에게 선보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범어사 경허스님 시판’은 명정학교의 시초가 된 범어사 선원 개설 당시 경허 스님이 직접 쓴 시를 목판으로 제작해 남겨둔 것이다. 선의 대가인 경허 스님의 입적 80주기를 맞아 처음으로 대중에게 선보이는 유물이다.
전시는 범어사 성보박물관에서 진행되며 전시기간은 10월 10일까지다. (051)508-6139
2019.06.07 23:24
하성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