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어사 성보박물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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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어사 불설대보부모은중경

朝鮮時代, 木板本, 30.1×21.2㎝

 

梵魚寺 佛說大報父母恩重經




이 책은 부모의 은혜가 한량없이 크고 깊음을 설명하여 그 은혜에 보답할 것을 가르친 불교 경전으로써, 1권의 목판본이다. 구마라습이 번역한 것으로 전하고 있지만, 내용을 살펴볼 때 중국 유가사상의 영향을 받아 중국에서 僞撰된 경전으로 보는 것이 정설이다. 불교가 유가사상의 뿌리가 깊은 중국사회의 현실적 요구와 부응하기 위해 孝를 주제로 한 경전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본다. 이 경의 특징은 우선 부모의 은혜를 구체적으로 십대은(十大恩)으로 나누어서 설명하고, 아버지보다 어머니의 은혜를 두드러지게 내세우고 있으며, 《효경》이 효도를 강조한 것인데 비하여 이 경은 은혜를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는 신라시대부터 전해졌던 흔적을 볼 수 있지만, 문헌으로 현전하는 것은 고려말기의 것이 남아 있다. 특히 유교사회였던 조선시대에 들어서는 초기부터 말기까지 수차례에 걸쳐 간행되었다. 조선초기부터 삽화를 곁들인 판본이 많이 간행되었고, 조선 중기 이후에는 언해본이 출판되기도 하였다. 언해본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는 1553년(명종8)에 경기도 장단 화장사(華藏寺)에서 개판한 것이 있다.

범어사에 전하는 이 책은 크게 두 종이 있는데, 하나는 1562년(명종17) 安東 下柯山의 廣興寺에서 《誌般文》《長壽經》《初心誡文》《發心章》등 여러 경전과 함께 간행한 책으로 고판본에 해당된다. 또 하나는 1796년(정조20) 수원 花山의 龍珠寺에서 간행되었던 판본이다. 정조는 불행히 돌아가신 父君 莊獻世子에 대한 명복을 비는 효성으로 수원에 용주사를 창건하였고, 이 곳에서 이 《불설대보부모은중경》을 간행하였던 것이다. 이 때 木板 石板 銅板의 세 종으로 인출하였고, 한문본에 언해본까지 대대적으로 간행하였다.

용주사본은 여러 판으로 간행했던 때문인지, 범어사소장의 책들을 보면 같은 판이면서도 제본에서 차이가 있다. 도판과 함께 한문본과 언해본을 같이 합철한 것도 있고, 도판에 언해본만 붙인 것도 있다. 이는 도판과 한문본과 언해본을 각기 인출하고, 제본에서는 필요에 따라 다르게 합철했던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또 용주사판본은 다른 《불설대보부모은중경》과는 남다른 특색을 지니고 있는데, 여러 종의 판본으로 인출되었다는 사실 외에도 종전의 것과는 도판이 완전히 다르다는 사실이다. 종전 책들의 도판은 대부분 중국본의 그림을 그대로 베껴 새긴 수준에 그쳤지만, 용주사본은 그림의 구도가 짜임새 있게 풍성하고 표현도 아주 세밀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는 당시 圖畵署 畵工 김홍도에 의해 그려진 것으로 전하는데, 국왕 正祖의 發願으로 간행되었던 책인 만큼 일류 화가의 조선적인 필치가 살아 숨쉬고 있다. 조선후기 회화사의 중요한 자료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