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전(佛殿)에 향을 사루기 위해 제작된 향로 중에는 상서러운 동물이나 신수(神獸) 등의 공예의장을 더하여 불구(佛具)의 격을 높였던 일종의 상형향로(象形香爐)가 있다.
오랜 기간 동안 범어사에 전해져 내려온 것으로 보이는 이 향로의 전체적인 형태는 양쪽 손잡이 부분에 삼조룡(三爪龍)이 있는 삼족향로(三足香爐) 형태의 신부(身部)와 향연(香煙)이 빠져 나오는 투각운문(透刻雲文)의 공동(空洞) 및 꼭지에 사자(獅子)를 배치한 뚜껑이 서로 전을 벌려 입을 꼭 맞게 하고 있다. 저부(底部) 중앙에는 양인각(陽印刻)으로 조출된 [만화작(萬華作)]이라는 명문이 있다.
특히 이 향로의 바깥 표면에는 옻칠이 되어 있어 오동향로(烏銅香爐)로 명명하기도 하는데, 이 향로가 1947년의 《선찰대본산금정산범어사안내(禪刹大本山金井山梵魚寺案內)》 기록 속의 오동향로로 추정된다. 다만 그 기록에는 이 향로의 제작연대를 1947년 보다 약 327년전에 조성된 것으로 보고 있으나, 조각의 세부양식 등으로 미루어 그 보다 늦은 중국 청대(淸代)에 제작된 것으로 추정된다. |